며칠전에 팀장을 그만하기로 했다. 이유는 내 개발욕구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마누라는 팀장도 하고 그래야 크는거지 언제까지 평사원할꺼냐고 씁쓸해 한다.
개발자로 일하다가 팀장이 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월말이면 경비 처리한다고 회식비 영수증 짜맞추어야 하고(영숙이)
자금계획표와 월간업무보고서를 작성한다.
금요일엔 주간업무회의에 들어가서 몇시간씩 누가 뭐했는지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회의에 다녀오면 팀원들에게 근태에 신경쓰라고 잔소리해야 되고
휴일근무수당이 줄어들 것이라고 싫은 소리 전달해야 한다.
뭘 할지 어디까지 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일정과 세부항목을 잡아야 하고
거짓말로 부풀려서 잡아놓으면 나중에 이런 저런 핑계꺼리를 찾아서 끼워 넣는다.
PM은 팀장보다 높거나 동급이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그들이 내리고
말재간 없는 개발자 출신 팀장은 PM설득에 실패하면 팀원앞에서도 무기력해진다.
물론 가장 최악은 3개월마다 팀원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 내가 이런일 하려고 B+ Tree와 Big O notation과 싸움했던가?
나는 존경하던 개발자들이 관리직을 너무나 잘 하고 있는게 부러우면서 한탄스럽고
훌륭한 개발자였던 사람이 보험영업을 하고 회집을 운영하는걸 보면 그들의 대담함에 박수치게 된다.
이제 개발자로 돌아가려고 한다. 외국처럼 흰머리나서도 개발하면서 미래를 꿈꿀것이다. 다소 말은 안듣는 개발자가 될 듯 싶다.
요즘 와 닿는 글이 있어 소개한다.
-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은 뭘하면서 살아야 할까? by kokids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기술이 중요한 이유 by goodhyun
P.S) 바로 팀장 안한다니까 주차권과 노트북을 반납하란다. ㅋㅋ.. 저 치밀함..
P.S2) kokis님은 날 모르겠지만 난 kokids님 집에 들어가 본적도 있다. PC통신 시절 인천에 사설BBS는 얼마 없었으니까. 내가 하드디스크 남는게 있어서 주려고 갔는데 고장이 났는지.. 안되서 쪽팔렸던 기억이..T_T
June 28th, 2006 at 1:04 pm
음. 뭔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개발자 -> 개발팀장 을 거쳐서 현재는 전략과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환경이 순수 개발자가 살아 남기는 조금 어려운 환경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개발자도 회계를 알아야 하고 경영전략을 배워야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지요.
뭐.. 그게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 이야기가 맞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좀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구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나마 부인분의 의견에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무례했다면 용서 부탁 드립니다.
June 28th, 2006 at 1:22 pm
Re:마음으로 찍는 사진// 무례하시긴요..^^ 개인마다 다른거죠. 저는 단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뿐 입니다. 요즘 가수들이 다 쇼프로에서 수다 떨고 그래야만 하지만 브라운아이즈나 김범수 같은 가수들처럼 살고 싶은거일 뿐입니다.
June 28th, 2006 at 2:23 pm
저 때문에 고생많으셨나보군요 ^^
다음에 술한잔 살께요
June 28th, 2006 at 2:49 pm
Re:옷장수// 그럴리가 있나요?
June 28th, 2006 at 5:21 pm
유겸애비는 개발자 직함보다는 연구원 직함이 더 어울릴 것 같군.
제품화 시작하면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동원되고 관리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핵심 기술이나 제품의 코어는 다수 개발자가 아닌 소수의 핵심 인력에 의해 개발되는 것이니깐.
June 28th, 2006 at 5:27 pm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점차 바뀔꺼야.
대기업도 연구 개발직이 관리쪽과 연구 개발쪽을 선택하여 자기 career path를 만들어가도록 하려고 하더군.
아직은 제대로 안되어 있지만, 연구 개발 조직을 이렇게 만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기술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기술 전문가들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니깐. ㅎㅎ
June 28th, 2006 at 6:25 pm
주차권과 노트북이 신금을 울리는군요..
June 28th, 2006 at 8:25 pm
나도 왜 주차권과 노트북에 눈이 가는걸까..
July 3rd, 2006 at 12:07 am
화이팅~!
July 4th, 2006 at 11:20 pm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왜 개발자가 개발자로 정년을 맞이 할수 없는지…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관리자와 개발자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지…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July 5th, 2006 at 4:59 pm
일단, 부럽네요. 그 용기와 결단력이.
July 14th, 2006 at 7:48 am
결정을 내리셨군요… 걱정스러운건 앞으로 그런 혼돈이 계속 올것 같습니다. 반대의 결정을 했어도 똑같구요. 그냥 푸념하며 살뿐입니다. 아무래도 제일 좋은 솔루션은 약대를 가서 약방을 차린다음 손님없을때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는게….